

'교육감과의 대화' 국제바칼로레아, 감곡초.
[충청리뷰 이기인 기자] 국제바칼로레아(IB) 교육이 국내 공교육 개혁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본격적인 도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2024년부터 ‘교육발전특구’를 중심으로 IB 교육 도입을 추진하며, 2025년까지 전국 256개 학교에 IB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도교육청 간 협업체계(KAOIB)를 출범시키고, IB 본부(IBO) 및 선도 교육청과의 협력을 통해 정책 실행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전국 18개 시도교육청이 IB 교육 도입을 추진 중이며, 서울, 경기, 전남, 제주 등은 선도적으로 관심학교 및 후보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2025년 기준으로 초등학교 48개교, 중학교 31개교 등 79개교에서 IB 이행 단계를 밟고 있다. 이외에도 부산, 충북, 충남 등도 빠른 속도로 IB 학교 수를 확대하고 있다. IB 교육은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성, 자기주도 학습, 글로벌 시민의식 등을 함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기존 입시 중심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
'단재고 IB 후보학교' 사례발표를 하는 남진희 교사.
국제바칼로레아 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내 18개 IB 월드스쿨에서 학생 2875명, 교사 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생의 91.2%는 비판적 사고력 향상을, 87.9%는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향상을 가장 큰 효과로 꼽았다.
교사 또한 수업 전문성 향상(86.6%)과 수업 및 평가 방식 개선(83.1%)을 주요 변화로 응답했다. 이 같은 통계는 IB 교육이 교육 주체들의 역량 강화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IBO ‘한국 내 IB 운영 실태 보고서’ 2024)
최초 ‘후보학교’
IB 교육은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IB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IB 월드스쿨은 5900여 개에 달하며, 160여 개국에서 80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4년간 프로그램 수는 34.2% 증가했다.
2025년 5월에는 약 20만2천명의 학생이 IB 디플로마(DP) 및 커리어 프로그램(CP) 결과를 받았으며, 평균 DP 점수는 30.58점이었다. 졸업생 수는 누적 약 270만명에 달한다. (IBO, 2025년 7월)
국내에서는 현재 공립학교 기준 31개교가 IB 인증을 받았으며, 관심 및 후보학교를 포함하면 약 130개교가 참여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초·중·고교의 약 1.1% 수준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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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충북교육청은 IB 교육 도입에 있어 선도적인 행보를 활발히 보이고 있다. 2024년 초·중·고 9개교를 IB 준비학교로 지정한데 이어, 2025년 상반기에는 준비학교 8개, 관심학교 8개, 후보학교 2개 등 18개교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특히 단재고는 충북 최초의 IBDP 후보학교로 지정되어 탐구 중심 수업과 공개 워크숍을 통해 IB 철학을 실현하고 있으며, 동주초와 감곡초 역시 후보학교로 지정됐다.
충북교육청은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해 한동대와 IB 전문가 양성 과정(IBEC)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O와 협력각서를 체결하여 교원 연수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췄다.
교사 대상 기초연수, 선진 운영 사례 탐방, 공개 수업 등이 활발히 이뤄지며, IB 교육에 필요한 현장 전문성이 꾸준히 확보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24년에는 전용 IB 누리집을 개설해 정책자료와 운영 정보를 공유하고, 2025년에는 감곡초, 충주미덕중 등지에서 ‘교육감과의 대화’를 통해 학부모 및 지역사회와의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한편 증평초, 단재고 등은 학교별 워크숍, 교사 대상 설명회, 수업 공개 등을 통해 IB 교육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개 수업은 IB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충북의 IB 교육은 단순한 프로그램 도입을 넘어 교사·학생 중심의 학습문화를 정착시키고, 지역 거버넌스 기반의 교육혁신을 이끄는 선도 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단재고, 'IB후보학교 공개수업의 날'
IB 교육철학 ‘실천’
향후 충북교육청은 인증학교 확대, IB 교과 내실화, 평가체계 정비, 지속가능한 재정 확보 등 제도적 기반 강화를 통해 글로벌 역량 중심 공교육 체제를 완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IB 교육이 갖는 철학과 실천이 충북 전체 교육문화로 확산되기 위해선 교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유기적 협력이 더욱 요구된다.
한편 충북교육청이 추진 중인 국제 IB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부터 점차 뿌리내리고 있다. 특히 단재고와 증평초는 지역 내 IB 교육문화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을 받는다.
단재고는 ‘IB 후보학교 공개의 날’을 운영해 실제 수업을 외부에 공개하고, 지역 교사 및 학부모를 대상으로 IB 수업 사례를 공유하며 교육적 신뢰를 쌓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IB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도를 높이고, 공교육 현장에서의 실천 가능성을 구체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증평초는 IB 관심학교로서,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워크숍과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IB 교육모델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며, 교사들은 수업 구성과 평가 방식에 IB 철학을 반영하려는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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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충북 학교들은 IB 교육이 단지 제도 도입에 그치지 않고, 실제 수업과 교사 성장, 지역사회 소통으로 연결되는 현장 중심의 교육문화로 정착될 수 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일에는 충북교육청미디어교육센터에서 도내 학부모 120여 명을 대상으로 ‘2025 국제 바칼로레아(IB) 토크콘서트’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학부모들이 IB 교육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사례를 통해 공감과 소통을 나누는 자리로 마련됐다.
윤건영 교육감 기조강연에서 “IB 교육은 충북교육이 지향하는 미래역량 중심 교육과 맞닿아 있다”며, △교육의 본질 △협력과 상생 △IB 수업과 평가 철학 △OECD 교육2030 프로젝트와의 연계 등을 중심으로 충북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이어 싱가포르 국제학교 IB 교사이자 ‘IB로 대학가다’의 저자 이미영 작가와 서울시립대 김소혜 학생, 토론토대 박하온 학생이 고등학교 IBDP 과정을 가르치고 배운 경험을 공유하며, 학습자 중심의 수업과 평가 방식의 차별성을 상세히 소개했다.
또한 단재고 IB 코디네이터 남진희 교사는 후보학교 운영 사례를 발표하며, 충북 교육현장에서의 IB 사례와 함께 교사와 학생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 문화를 생생히 전달했다.
IB교육 ‘공감대’
현장 질의응답 시간에는 IB 수업방식, 평가체계, 대학 진학 과정 등에 대한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고, 이를 통해 IB 교육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충북교육청이 마련한 이날의 토크콘서트는 IB 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고, 미래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확산시킨다는 목표를 달성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고의 관심을 받은 이는 남진희 교사다. 남 교사는 IB 교육코디네이터로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IB 교육의 실효성을 믿고 선도하는 교사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현재 진행형으로 작동하는 IB 교육의 생생함을 가감없이 전할 수 있었다.
남 교사는 IB 수업의 철학을 “학생이 수업 안에서 스스로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보다 학생의 이해와 해석에 중심을 두며, 다양한 시각을 통한 사고 구성과 자기 언어 표현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줬다. 남 교사는 IB 수업이 질문 중심의 구조를 가지며, 정답을 찾기보다는 사고와 탐구 과정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교육과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IB 수업의 핵심은 토의, 토론, 프로젝트 중심 수업이다. 이에 대해 남 교사는 “학생들이 발표와 협업에 적극 참여하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친구의 의견에 반응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사고력과 표현력을 함께 키우며, 수업은 단순 발표가 아닌 사고와 상호작용이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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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수업 설계 또한 탐구 질문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남 교사는 “학생이 주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수업 흐름과 자료를 구성한다”며, 수업 중 교사의 안내와 설명도 포함되지만 궁극적으로 학생이 스스로 정리하고 발표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남 교사는 특히 “학생들 스스로 해석 능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며, 탐구 중심 학습에서는 출발점이 되는 질문의 질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인다. 수업 안에서 질문을 통해 다양한 접근을 유도하고, 사고의 깊이를 확장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IB 수업의 핵심이다.
전통적인 주입식 교육과 달리 IB 수업은 학생에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남 교사는 어느덧 “학생들이 주제에 대해 자기 입장을 고민하고, 근거를 찾는데 익숙해졌다”며, 수업 시간 안에서 의견을 주고받고 스스로 사고하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음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평가 방식 역시 기존 시험 중심 구조와 사뭇 다르다. “역사 수업에서는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하게 하고, 학생 스스로 선택한 해석을 바탕으로 주장과 근거를 정리하게 한다”며, 평가를 단순한 내용 암기가 아닌 논리 구조와 표현력, 출처 사용 등까지 종합적으로 살핀다고 강조한다.
IB교육 ‘강점’
학생 성장을 위한 피드백도 중시된다. 피드백은 학습 성찰을 이끄는 수단으로, 글쓰기나 발표 이후 보완점을 제시하거나 다음 과제로 연결되도록 설계한다. 이를 통해 학생은 자신의 약점을 돌아보고 ‘성장’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남 교사에 따르면 학습에 소극적인 학생들을 위한 접근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참여 방식과 표현 방법을 열어두는 것이 핵심이며, 모둠 내 짧은 발표, 친구와의 협업 등 다채로운 활동을 통해 학생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수업을 설계한다.
진로 설계와 연계된 수업도 IB만의 강점이다. 남 교사는 “학생들이 수업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를 더 구체화하며, 다양한 주제를 접하며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한마디로 단재고 학생들은 배움과 진로를 분리하지 않고 연결해 사고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교과 간 협업도 활발하다. 미술과 과학, 역사와 음악 등 유사 주제를 가진 교과 간에는 발표문을 공유하거나 연계 수업을 시도하며, 교사 간 배움의 장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단재고, 'IB후보학교 공개수업의 날'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남 교사는 “IB 공식 워크숍과 IBEC 과정을 통해 전문성을 키우고 있으며, 교사들끼리 수업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과정은 수업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교사의 시도와 실천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IB 철학은 학교 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업방식의 변화는 생활지도나 학부모 상담에서도 학생 중심 접근을 유도하고 있으며, 교사들 사이에서도 공동 실천과 협업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단재고는 이러한 문화를 통해 학교 전체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남 교사는 “IB 수업은 단순한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점을 전환하는 일”이라며, “왜 이 수업을 하는지에 대한 교사의 성찰과 공유가 선행돼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라고 강조한다.
평화로운 ‘IB’
남 교사는 현재 단재고 역사 교사이자 교육과정연구부장, IB 코디네이터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충북역사교육연구회 등에서 탐구 중심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개교 초기부터 IB 철학을 학교 문화에 뿌리내리도록 노력하는 IB 교육의 ‘첨병’ 역할을 꿋꿋이 맡고 있다.
IB 교육은 학생 중심의 탐구와 사고를 강조하며 공교육 혁신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도입 과정에서 우려되는 점들이 도출됐다. 특히 한국의 수능·내신 중심 입시체계와의 괴리가 손꼽힌다. IB는 과정 중심 평가를 지향하지만, 국내 대학입시는 여전히 정량 중심이라 현실과의 간극이 존재한다고 지적됐다.
과제 중심의 수업과 피드백 등으로 인한 교사·학생의 부담도 지적된다. 일부에서는 IB가 공교육 내 ‘특권 프로그램’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는 단지 제도적 한계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관점 차이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충북교육청이 연초 개설한 IB교육 홍보 홈페이지에는 IB교육 목표가 선명히 명시돼 있다.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과 배려심이 많은 학생을 양성”하는 일이다. IB교육이 지향하는 바대로, 더 나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숙고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충청리뷰(https://www.ccreview.co.kr)
[원문자료] 충북교육청 'IB 교육철학' 교육 혁신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