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윤건영)은 교육활동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정영주 주무관이 3일(화) 세종시립도서관에서 열린 <2026년 공직문학상> 시상식에서 작품 <벽지의 무늬>로 시 부문 은상인 인사혁신처장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29회째를 맞은 공직문학상은 인사혁신처와 공무원연금공단이 공직자의 문학적 재능을 발굴하고 창의적인 공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운영하는 문학 공모전이다.
지난 6월 현직‧퇴직 공무원과 공무직, 기간제 직원을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했으며, 순수문학 6개 부문(시, 시조, 수필, 단편소설‧희곡, 동시, 동화)과 공직참여 2개 부문(공직윤리, 공직공감)으로 나눠 진행됐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39편 증가한 총 2,051편이 출품됐으며, 전문가 심사와 대국민 온라인 심사를 거쳐 대상 1편, 금상 6편, 은상 20편, 동상 20편 등 총 47편이 입상작으로 선정됐다.
정 주무관의 수상작 <벽지의 무늬>는 오랜 시간 한 가족의 삶을 지켜본 벽지를 가족의 기억과 시간을 간직한 존재로 형상화한 작품으로, 아이들이 자라며 남긴 흔적과 손때, 가족의 일상을 통해 평범한 삶 속에 쌓여가는 시간과 관계의 의미를 담았다.
정 주무관은 세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상에서 얻은 생각과 감정을 시로 표현해 이번 수상의 의미를 더했다.
정영주 주무관은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던 평범한 시간이 글을 쓰는 힘이 된 것 같다.”라며 “앞으로도 책과 글을 가까이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그 경험을 업무에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윤건영 교육감은 “AI가 많은 것을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깊이 생각하고, 일상의 경험과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힘은 더욱 소중해진다.”라며 “앞으로도 독서와 예술활동이 교육가족 여러분의 공직생활에 활력과 즐거움을 더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붙임 수상작 <벽지의 무늬> 1부.
벽지의 무늬
벽지는 벽을 덮은 것이 아니라
차마 뱉지 못한 말들을
오래 받아 적은 종이였다
빳빳하던 약속 위로
계절은 습도처럼 스며들고
가장 낮은 곳부터
몸을 들뜨게 했다
모서리마다 번진 얼룩은
밤새 삼킨 한숨이
뿌리내린 흔적
아이들이 자랄 때마다
벽지는 제 몸을 내주었다
첫째의 어깨
둘째의 이마
막내의 정수리
연필 자국 끝엔
웃음소리 매달리고
그 아래
늦은 귀가의 등이 깊어졌다
뜯겨 나간 귀퉁이 사이
초록 꽃무늬가 고개를 든다
잊힌 봄날의 뒷모습
버리지 못한 약속의
마지막 색깔
이제 벽지는
가구 뒤 어둠까지 읽어내며
누렇게 익은 가계부가 된다
얼룩과 손때를
칸칸이 접어 두었다가
햇살 비끼는 오후 네 시
소리 없이 펼쳐 보인다
우리는 벽지를 바른 것이 아니라
서로의 생을
그 위에 덧칠하며 살아왔다
낡아 가는 무늬 속에
지워지지 않는 숨들이
얇은 선으로 남아 있다
벽은 오늘도
아무 말 없고
저 무늬들만
우리보다 오래
우리를 읽고 있다